♡♡/발표연시조

명퇴, 그 긴 한파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09. 10. 23. 09:09

명퇴, 그 긴 한파

  

김영주

 

새로 닦은 거울 위에

봄이라고 쓰여 있다

뜰에서 막 얻어 온 한 아름의 꽃가지

꽃망울 

수런거리며 

눈 터지려 하고 있다

 

겨드랑이 비집고 햇살 간지럽다

겨울을 견디고도 오지 않는 봄의 얼굴

파스텔

풍경화 위에

무채색 소묘 한 점

  

따뜻한 봄비라도 함초롬히 맞고 싶어

옹그린 어깨 추스르며 머리 곧추 들어보지만

웃자란

콩나물처럼

기댈 데 없는 허공

 

달아나는 햇살을 손바닥에 받아든다

한 움큼

또 한 움큼

가슴에 털어넣으며

다시금 은밀한 내통을 

시작하자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