꿍이와 엄지검지
2009. 11. 6. 13:25

그 아침의 비밀
김영주
잠이 덜 깬 새벽녘 유리컵을 닦다가
살과 살이 부딪치며 비명을 내지른다
순간을 놓아버린 손
바르르 떨고 있다
날 선 살점들이 가슴에 와 박힌다
손때 묻은 고요가 거품처럼 사라진다
숨소리 귀에 환하다
빈자리가 차다
잃어버린 아픔은 그러모은 시간일까
시간 속에 붙들어둔 은밀한 약속일까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이 아침
버리고 못 버리는 미련마저 버린다
가벼운 아주 가벼운 비밀 하나 가져갈 뿐
살면서
손바닥 위에
건져 놓은 손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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