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베른하르트 슐링크
더 리더
- 책 읽어 주는 남자
김영주
다음 날 아침 한나는 죽었다. 그녀는 동틀 녘에 목을 맸다.
"내일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봐요.
곧장 집으로 갈 건지, 아니면 강가로 갈 건지 말이에요."
조용히 아주 조용히 음악이나 샴페인 같은 것없이
그녀가 18년의 벽감에서 수도생활을 마치고 데리러 오기로 한 하루 전 날.
교도소장은 나와 한나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한나가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을 어디서 알았는가도 물었다.
나는 한나와 나의 이야기가 그녀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가슴과 목구멍에 눈물이 고여왔으며 목이 메어 말을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그녀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이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소년> 과
<알만한 것쯤은 다 아는 성숙한 여자>에서 출발하는 사랑이야기이다.
성적인 묘사가 없었다면 오누이간 이야기만큼 따뜻하고 다감하나
그 사랑은 영원하지 않았다. 영원할 수 없었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었다고 하나 나는 그걸 국경이라 볼 수도 없었다.
그걸 국경이라고 말할 만큼 두 사람의 사랑이 치열하지도 않다.
도덕적 규범으로 보면 사랑이라 말 할 수도 없는 죄의식 가득한 사랑...
그러나 한나는 그 사랑이 첫사랑이고 마지막 사랑이었다.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고 싶었던 한나의 자존심이
이 소설을 끌고 가는 힘은 아니었을까..
교장선생님께서 서가에 꽂힌 책을 보시고
고개를 갸웃둥 하셔서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서가에 꽂아 두었다...
작가는 거의 발가벗은 몸으로 이 글을 쓴 것같다.
나도 발가벗기 위해 자꾸만 딴청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