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슬픔의 무게 / 홍사성
꿍이와 엄지검지
2009. 12. 20. 09:33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에는
하늘이 감당하지 못할 무게가 있다
한 방울의 비
한 송이의 눈
한 장의 꽃잎
한 티끌의 재
한 올의 새털 …
이 모든 가벼운 것들이
그 무게로 하여 지상으로 낙하한다
집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사람에게는
대지가 감당 못할 무게가 있다
입양됐다 파양당한 고아
넉 달째 농성중인 수배자
어려서부터 몸 팔아온 창녀
비료 값도 못 건진 농사꾼
지하철역에 사는 노숙자 …
이 모든 보잘 것 없는 목숨들이
그 무게로 하여 세상을 침묵시킨다
- 홍사성, <슬픔의 무게>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