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번데기가 다 매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0. 7. 5. 14:10

 

 

 

 

 

곤충 박물관에서 그의 수의를 보았다

껍질에 갇혀 죽은 매미의 몸뚱이를

제 옷을

벗지 못하는

고통을 보았다

 

옷을 벗지 못하도록 붙잡은 것은 무엇일까

과거를 벗어 던지려 몸부림쳤을 날갯죽지

그렇게

그의 허물은

그의 허물이 되어버렸다

 

단 며칠, 비명의 삶에 목숨을 다 걸었다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저 고목의 매미는

마아아아암

마음이 찢어진다.

 

 

 

 -김영주, <번데기가 다 매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심>>, 2010년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