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마디가 큰다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0. 12. 28. 23:42
마디가 큰다
김 영 주
마디와 마디 사이 비움을 채우고 산다
텅 빈 가슴에도 뜨거운 피는 돌아
나무는
비워도 채워도
마디마디 아프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나무의 어린 뿌리는
견뎌낼 만큼의 마디부터 만들었다
살아갈
제 삶의 무게를
알기라도 한다는 듯
소리 없이 우는 법을 나무는 알지만
속없이 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제 키를 마디 없이는
버틸 수가 없었단다
죽기 위해 단한번 나무는 꽃을 피운다
맺을 거 더러 맺고 비울 거 다 비웠다며
뼈 아픈 고통을 안고
마디가 큰다.
생도 저 마디와 같다.
"비워도 채워도" 뜨거운 피가 돌고 있는 한 우리는 아프다.
아파야 하고 울어야 하고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러나 '마디'에서 우리는 외유내강의 선비적 삶을 엿본다.
"견뎌낼 만큼의 마디"로 제 키를 버티는,
맺을 것 맺고 비울 것 비워낸 '마디'라면 무슨 회한 있으랴.
인고의 세월을 마디 없이 어찌 버티랴.
'마디'는 삶의 동력이다.
"뼈 아픈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오늘도 마디가 크는가 보다.
푸른 깃발을 흔들며 대숲에 바람이 지나간다.
내 가슴에 "뜨거운 피 돌아" "나무의 어린 뿌리" 지금 막 내리고 있다.
울지 말아야 한다.
내가 피울 꽃은 아직 멀었다.
- 시조시인 공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