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도꾸리蘭 / 이해리

꿍이와 엄지검지 2010. 12. 30. 11:46

 

 

 

도꾸리蘭

 

이해리 
 
베란다 화초들 중에
가장 볼품없는 도꾸리蘭

언제 꽃 한 번 피운 적도 없고

이파리란 것이 꼭

빗다 만 머리카락처럼 부스스한 그것에게

날마다 물뿌리개 기울여 뿌린 물은

물이 아니라 무관심이었음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마른 잎 뜯어주려 손 내밀자 순식간에

쓱싹,

손가락을 베어 버린다 뭉클

치솟는 핏방울 감싸쥐고 바라보니

시퍼런 칼을 철컥,

칼집에 넣고 있었다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