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화해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1. 6. 4. 22:02

 

 

 

화해 

 

김영주

 

이삼 일 밭을 비웠더니 상추잎이 반쪽이다

달팽이 내 땅에 들어 제 집인 양 놀고 있다  

가슴을 물어 뜯긴 듯 구멍난 잎이 아리다

 

그 놈과 싸우려고 고랑에 약을 놓다

아니지, 너 사는 땅에 내가 밭을 들인 거지

네 터전 함부로 일군 내 잘못이 더 큰 거지

 

하마터면 내 허물을 너에게 씌울 뻔했다

너 조금 미안한 맘에

나 조금 더 미안한 맘

절반씩

나눠먹어도

절반은 남는 농사지.

 

- <<서울문학>> 2011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