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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수화手花 / 김영주 <<시조세계>> 2011, 가을호
꿍이와 엄지검지
2011. 7. 5. 16:10
수화手花
김영주
두 모녀 전철 안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소리 없어 더 눈부신 상처 어르는 저 손의 말
꽃잎을
다 떨어뜨리고
숨 돌리는
손가락
- <유심> 2011 7/8월호
- 이 계절의 문제작 . 쟁점 -
낮은 곳에서 빛나는 시의 힘
우리는 사회적 공동체 안에서 늘 정상인들만을 기준으로 하여 모든
일상을 진행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수많은 '비정상인'들이 갖은 상처
와 장애를 가지고 험난한 정상인의 길에 도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 정상인도 버거운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태로운 과정의 연속인 것을 유리는 잘 알
고 있다.
김영주 시인은 벙어리 두 모녀를 통해 그들의 장애에 다가가서 더없는
향기와 울림을 받아내고 있다. 전철이야말로 온갖 불필요한 소리가
정상인들의 청각을 자극하고 괴롭히는 곳이다.
잡상인의 호객행위, 이동 전화기의 벨소리와 통화하는 소리,
특정 종교를 전파하려는 이들의 지나친 고성 등으로 정상인들은 피곤하다.
그러나 듣지 못하는 두 모녀의 '손의 말'이 시인에게는
꽃이 피는 아름다움과도 같았나 보다.
종장의 첫 구 '꽃잎을 / 다 떨어뜨리고'는 이 시를 살려내는
핵심적 표현이며 아름다운 상상이다.
듣지 못하지만 손으로 꽃을 피우는 저 빛나는 모녀의 눈부신 손의 말은
우리 정상인들을 오히려 일깨우는 고요의 일갈이다.
- 정용국, 2011 <<시조세계>> 가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