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바람편지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2. 10. 11. 20:28
바람편지
김영주
마루 끝에 앉아서 떨어지는 꽃잎을 보다
기척 없는 대문께로 자꾸만 눈 가시네
"편지요"
군사우편이 오늘은 날아들까
거미줄로 빗장 걸린 우편함에 들었다가
바람만 이따금씩 문 흔들고 지나가네
어둔 귀 다 못 들어도
어머니 일어나 앉으시네
아들아, 너 떠난 후에도 나무는 꽃을 피우고
그 꽃잎 다 지도록 가슴만 둥둥 뛴다
향기는 아랑곳없이 어미 속을 파고들고
앉으나 눕나 서나 잠시라도 놓칠까 봐
놓치면 놓친 생각 그 잠시가 또 아득해
살풋 든 애잠 속에서도 잊지 못하고 젖는 눈
*애잠 - 애처롭게 자는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