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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3 - 문고판에대한 향수 - 이런 한류 어때요?

꿍이와 엄지검지 2012. 11. 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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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도서관 읽기 3] 
ⓒ 오산시민신문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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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에 대한 향수

- 이런 한류 어때요?

 

                                                                                                                                     김영주

 

 

새로운 풍속도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아이건 어른이건, 여자건 남자건 가방 속에서 주머니 속에서 저마다 꺼내드는 스마트폰. 길눈이 어두운 나 역시 서울 나들이 때마다 전철 노선도를 보기 위해 종종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그들과 합류하니 할 말이 없기도 하지만. '스마트폰 홀릭 신드롬' 이라고 하던데.

우리가 '잘 사는 나라'라고 하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문화를 슬쩍 훔쳐보면, 서두르지 않는 여유와 질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거기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넉넉하게 배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이 생활 속에서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있다는 것에서 그 사실을 신뢰하게 한다. 서점이나 도서관, 공원, 전철 안에서 등등 자연스럽게 활자화된 읽을거리를 들고 있는 모습에서 더더욱 그렇다. 책 읽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생활에 녹아 있다.

그런데 요 몇 년, 우리의 정서가 매우 사나워졌음을 부인할 수 가 없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가 너무 경쟁적으로 서둘러 가는 까닭이 아닌가 싶은데 천천히 가는 '독서력'을 간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미치는 것이다.

필자의 70~80년대 학창시절에는 어른 손바닥 크기의 문고(文庫)판 책이 유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머니 속이나 손에 들고 다니며 아무 곳에서나 펼쳐 읽기 딱 좋은 것은 물론, 책값도 일반 책값의 절반정도로 그야말로 '착한' 가격의 보급형 책이었다. 가격이 경제적이었다고 해서 내용이 부실했던 것은 절대 아니어서 읽을거리에 목말랐던 시절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 읽고 난 책들은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 두는 재미도 쏠쏠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시간만 나면 펼쳐드는 스마트폰을 대신했던 매력적인 물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문고판을 출판했던 출판사로는 <삼중당>과 <범우사>, <박영사>, <동서문고> 등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문학, 경제, 역사, 철학, 과학, 예능 등 전 분야에 걸쳐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로운 통신기술의 발달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는 때와 장소의 구분 없이 거의 24시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사는 시대가 됐다. 책에서 얻지 못하는 실시간 서비스인 SNS, 소셜웹, 소셜홈 등 웹상의 디지털시스템을 스마트폰으로 이용한다. 스마트폰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라면 <e북>도 적극 권장해본다.

버스나 전철 속에서 뿐만 아니라 기다리는 정거장, 대합실, 엘리베이터나 하다못해 길을 걸어갈 때마저도 읽을거리를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한류열풍에 편승한 '한국인의 모습'이라면, 이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김영주/(1959~ )
시인.
학교도서관 사서.
시조집『미안하다,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