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지퍼에 대한 명상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2. 12. 12. 11:42

 

 

 

 

 

 

   지퍼에 대한 명상

 

    김영주

 

홀로 먼 길 걸어왔을 너에게 손 내미네

오랜 시간 망설인 부끄러운 손이네

외로움 습관처럼 젖어 낯설기만한 두 손끝

 

너에게 가는 길은 가깝고도 멀어서

스쳐도 마주쳐도  다가갈 줄은 몰랐네  

이렇듯 살 닿는 일이 생경한 아픔일 줄     

 

내려놓기 힘든 짐은 용서임을 깨닫네

한번도 쓸쓸함을 뉘우치지 않은 죄

두 어깨 서로 기대네

딛고 가네

지친 발

 

- 2013 <경기시조 사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