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읽기 5 -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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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도서관 읽기 5]
ⓒ 오산시민신문
김영주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김영주
결정적 시기에 결정적 책을 만나면 결정적 감동과 영향을 받는다. 한권의 책이 한 사람의 운명을 변화시킨 예는 주변에서 많이 보아왔다. 좋은 책과의 만남은 인생의 중요한 만남이 되므로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나 그저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독서에 대하여 두 가지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 하나는 여가 선용이나 교양 수준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대입을 위한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경우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교과학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여 독서는 '시간이 허락할 때나 하는 것'으로 여기고, 능동적, 의욕적, 적극적 학습의 한 방법으로 단순 지식 차원에서 한 단계 발전한 터득의 차원으로 나아가는 것이 독서라는 것에는 그 인식이 미치지 않고 있다.
그로 말미암아 학생들은 학습의욕과 독서의욕을 분리하여 학습을 먼저하고 다음에 독서를 함으로 독서를 학습 이외의 과제 정도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독서지도 방법에 대한 인식과 여건이 제대로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부터라도 독서와 독서교육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학교와 가정 사회가 연계하여 바람직한 독서환경을 조성하고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독서전략을 마련하여 아이들의 폭넓은 독서 경험을 교과학습 시간을 비롯한 기타 활동에 재생산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어린 시절에 문학 작품을 가까이 한 사람이 청소년기와 어른이 되어서도 독서에 호의적인 태도를 갖는 것으로 볼드윈은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청소년기의 독서가 일생의 독서취미와 독서습관을 지배한다는 논리와 무관하지 않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독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독서를 많이 하는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독서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유익한 책을 잘 골라서 읽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글자를 알면서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책을 읽도록 하고 책을 읽되 독서 생활이 건전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의도적인 독서지도를 통해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요즘은 TV의 영상 매체와 컴퓨터의 오락기능이 학생들로부터 독서의 기회를 빼앗고 나날이 더해가는 출판물의 홍수는 읽는 이로 하여금 도서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런 상황에서의 학생들은 정보 수용능력 확대와 정보 취사선택 능력을 습득하기 위한 독서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청소년 시절에 책을 많이 읽으면 창의력 신장은 물론,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생의 지표 및 자기 철학을 확고하게 정립할 수가 있다.
컴퓨터의 발달로 한 때는 책보다는 인터넷으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하여 '책의 죽음' ' 벽 없는 도서관'이 언급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책'을 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면서 키울 수 있는 사고력, 내면화의 과정을 통한 인생관 확립 등은 인터넷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주 (1959~ ) 시인.
▲ 김영주 사서 © 오산시민신문
학교도서관 사서.
시조집『미안하다,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