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상처는 힘이 세다 / 안차애

꿍이와 엄지검지 2013. 5. 3. 14:19

 

 

상처는 힘이 세다 

 

안 차 애

 

괴산 외사리 산막이 옛길 호수 가에서 신갈나무 연리지를 보았다

두 나무가 키 중간 둥치쯤에서 하나로 붙어있다

오른 나무의 옆구리 게와 왼 나무의 어깨 죽지 게가

제 각각의 상처를 중심으로 한 몸이 되어있다

 

깊게 헐은 옆구리의 비명소리 들린다

꺾인 어깨 죽지의 피멍과 핏자국이 보인다

이 옆구리께서 저 어깨 쪽으로

푸른 수액 링거 한 통 가만히 밀어 올려주는 몸짓이 간절하다

저 어깨를 반쯤 허물어

이 옆구리의 패인 살로 채워지는 시간이 옹이로 박혔다

 

물관과 체관이, 호흡과 한숨이, 탄식과 흐느낌이

가만히 오고 가고 또 가고 오고...

이윽고 한 뿌리가 다른 뿌리의 잔등이 되고

한 슬픔이 다른 슬픔의 배후가 되고...

 

눈물이 눈물에 포개어 서는 기미가 고요보다 깊다

당신과 나

두 개의 나이테가 상처의 경계에서부터

천천히 지워진다. 

  

 

<시와 소금> 2012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