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겨울 뿌리 / 홍성운

꿍이와 엄지검지 2013. 8. 26. 14:39

 

 

겨울 뿌리

 

홍성운

 

작약 한 무더기 꽃피웠던 자리에

쓰다만 시처럼 마른 줄기 놓여 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겨울은 지나간다

 

하지만 너테진 흙, 한 삽을 뜨고 보라

뿌리는 겨우내 잠을 잔 게 아니다

목빛이 붉어지도록

봄의 길목 지켜 섰다

 

따져보면 인생사도 뿌리를 키우는 일

혈족의 수직 계보에 한 획을 더 얹으면

그것은 가문의 뿌리

선대를 잇는 거다

 

<<오래된 숯가마>>  푸른사상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