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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교보문고 디카시 낭독공감] 독자와 시인과 가을 속으로

꿍이와 엄지검지 2014. 1. 2. 21:55

 

지난 가을, 교보문고의 [디카시 낭독공감] 이야기입니다.

늦었지만 까페회원들과 나누어 봅니다.

 

 

- 교보문고 낭독공감 -

 

<독자와 시인과 가을 속으로>

 

 

- 독자와 시인과 가을 속으로

 

남쪽의 천 시인께

 

  운동장에 함박눈이 발이 푹 잠길 정도로 쌓였습니다. 마음 같아선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눈 속에 누워도 보고 눈사람도 조그맣게 만들어 책상 위에 올려놓고도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아이들이 찍어놓는 발자국만 유리창 너머로 따라가 봅니다. 따뜻한 남쪽은 공감하기 어려운 눈 소식이겠군요.

 

  지난 10월 17일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홀에서 <독자와 시인과 가을 속으로>라는 주제로 디카시 낭독회가 있었어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낭독공감>이라는 타이틀로 문학 소공연을 갖는데 디카시 낭독회는 그간 벼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가보게 됐습니다.

 

 

 - 자리해주신 시인과 독자

 

  발가락 골절로 발에 깁스를 한 상태라 오산에서 광화문까지 환승역을 거쳐 전철로 이동하는 것이 좀 무리이긴 했지만 시와 시조 행사에 독자로 참여해 본 적이 있어 디카시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또 어떨지 몹시 궁금해져 길을 나섰습니다.

 

  한 번씩 서울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서울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이 도처에 마련되어 있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날도 역시 교보문고는 어깨를 부딪고 걸어야할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그 인파를 헤치고 배움홀로 들어서니 <디카시 마니아> 까페에서 뵙지 못했던 그러나 디카시에 열정을 가진 시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최광임 시인.  디카시 낭독 후, 디카시의 변별성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분은 최춘희 시인, 최광임 시인 두 분 뿐이어서 잠시 낯을 가려야했지만 최광임 시인의 백만 불짜리 유쾌한 웃음소리와 최춘희 시인의 따뜻한 손을 오랜만에 맞잡으니 이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사회는 디카시 회원인 반성연 님이 맡아 진행해 주었습니다. 

연륜이 묻어나는 시인들의 디카시 작품과 함께 나직나직한 때로는 힘찬 시인의 목소리로 작품이 탄생된 배경 등을 듣는 동안 우리는 모두들 참 진지했습니다. 디카시를 연구하는 사람들로, 창작, 보급하는 사람들로 서로가 서로의 독자가 되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최춘희 시인의 디카시 낭독

 

   4년 전, 저는 디카시를 처음 만나고 그 매력에 단번에 빠져버린 사람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의문이 생기듯이 나도 내가 쓰고 있는 작품이 제대로 된 디카시일까에 늘 의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타인의 작품을 대할 때도 그 정체성에서 자주 헤매곤 하지요. 자연스럽게 육화되어야하는데 이론 따로 작품 따로일 때도 있고 또 어떤 작품은 우리가 너무 작품을 합리화 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갖곤 합니다. 그런 면에서 작품을 보는 너그러운 시선이 디카시의 정체성 확립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곤 합니다.

 

 

 - 사회를 맡아주신 반성연 회원

 

  요즘은 인터넷 상에서 다양한 디카시 마니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만큼 디카시가 널리 보급 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겠죠. 그 중에서도 DAUM의 <디카시 마니아>는 창시자인 이상옥 선생님이 개설한 까페로 회원들은 디카시의 정통성에 입각해서 창작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무감 같은 것을 가지게 됩니다.

  독자들에게 디카시를 전파하면서 <디카시 마니아> 까페도 함께 알리게 되는데 디카시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하는 새로운 독자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 문자시에 비해 디카시의 언술이 짧고 생생한 현장 언어여야 한다는, 그리고 시와 문자가 반반의 말을 해야 하는, 디카시가 지니는 변별성을 우리 마니아 회원들은 더욱 유념해야 한다는 의무감을요.

 

 

 

 

  이제 독자에게 디카시라는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디카가 있고 시가 있으니 디카시라는 장르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고 믿습니다.  굴지의 시인들과 시인들의 감동적인 시 세계를 디카시를 통해 엿보는 행복을 잠시 만끽하였습니다. 워낙 시간을 쪼개 쓰는 현대인이고 보니 따로 마련은 어렵더라도 이렇게 주어진 자리라도 빠짐없이 참여해 마니아 간 소통이 좀 더 유연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참 좋은 무대인데 '배우와 연출자가 곧 관객'인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서점 안을 통로가 비좁도록 부딪치며 오가는, 곧 우리의 독자들이 그 소중한 자리를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이것은 독자의 문제라기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독자에게 다가가야 하는 창작자로서의 노력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소설과 아동문학 쪽은 그 독자층이 두꺼운 것에 반해 시는 어려운 것이라는 독자들의 편견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이 역시 시인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독자를 생각한다면 시가 어려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낭독회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로 잠시 이동을 했다가 바로 나와야했습니다.  우선 다리가 많이 불편한데다 우리 까페 회원들도 함께 자리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쉽지만 일어섰습니다. 지역적으로 남쪽 디카시 가족들과 북쪽 가족들과의 원활한 교류는 좀 어렵겠지만 온라인 회원과 오프라인 회원 구분 없이 디카시로 알게 된 소중한 인연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특히, 독자여러분께 <디카시> 라는, 특별한 형식의 시세계에 빠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우수한 문화는 공존해야합니다. 우수한 문화는 공유해야합니다.

디카시라는 이 특별한 문화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날 작품과 함께 참여해주신 시인은 강수 시인, 김상미 시인, 김정수 시인, 박완호 시인, 정한용 시인, 전길자 시인, 최춘희 시인, 최광임 시인, 이병헌 평론가 그리고 독자회원으로 김도권, 손종수, 이호준님이 와주셨고 저 김영주와 함께 이태정 시인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 김영주의 디카시 낭독

 

  사진이 선명치 않아 그날의 감동을 다 전할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건강하게 겨울 잘 나시기 바랍니다.

 

김영주 드림

 

 

 

 

   

출처 : 디카시 마니아
글쓴이 : 김영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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