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실종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4. 1. 22. 15:50
실종
김영주
행거에 걸쳐 놓은 코발트색 스카프에
난데없는 검은 실밥 도르르 말려있다
무심코 비벼 떼다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캡슐처럼 터져버린 보리알만한 무골충
손끝이 아찔하다
세면대로 달려간다
수돗물 콸콸 틀어놓고 부르르 떨고 있다
어린 목숨 지워버린 몰래 지은 죄보다도
온종일 떠나지 않는 생생한 손 끝 기억
아무리 떨치려 해도 떨쳐지지 않는다
어렴풋이 드러나는 어둠 속의 틈입자
온 방을 더듬었을 애 다 끊긴 저 어미
새까만 거미 한 마리
울
먹
울
먹
내려온다
<<나래시조>> 2013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