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드라이플라워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5. 1. 25. 17:44

 

 

 

드라이플라워

 

김영주

 

그녀가 떠나갔다

눈부시게 창백한 벽

열여섯 솜털 고운 환향한 들꽃 한 묶음

연다홍 숙고사댕기 야윈 목에 드리우고

 

한 마디 짧은 언질 어디에도 없었다

커튼이 흐느끼면 저도 따라 말라갔다

곤곤한 그녀의 시취만 눈물겹게 향긋했다

 

뜨겁던 피 말리는 일 거짓없이 기꺼웠을까

그녀가 떠난 자리 선혈같은

꽃잎,

꽃잎,

부서진 마른 눈물만 바닥에 흥건하다

 

<<오늘의시조>> 2015 연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