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사진관 가는 길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5. 7. 10. 09:02
사진관 가는 길
김영주
서랍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꺼내 봐요
할머니 고우시네요, 사진사가 그랬다죠
울 엄마 기분 좋았겠네
말없이 웃으셨죠
돋보기 코에 얹고 돌아앉은 얇은 등
사진 속 당신 얼굴 보고 또 쓰다듬고
다 늙어 곱기는 뭐가…
혼잣말을 하셨죠
사진관 가시면서 무슨 생각하셨을까
깨질 듯 부신 하늘 코끝 찡 하셨을까
젖은 듯 웃는 얼굴이
흔들리네요 자꾸만
나도 곧 어머니처럼 카메라 앞에 앉겠지요
할머니 고우시네요, 젊은 사진사 농을 하구요
두고 갈 사진이에요
아마 나도 그러겠지요
ㅣ 시인의 말 ㅣ
어머니의 병이 깊어서야 나는 어머니 곁으로 갈 수 있었다.
물 한 모금 넘기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어머니는 출가외인이 된 막둥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꿈 아니냐’ 묻고 또 물으셨다.
어머니 곁으로 돌아온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던 날 어머니는 기어이 호흡을 놓으셨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수의를 꺼내 볼 때만 해도 모든 것이 곧 지나갈 아득한 꿈만 같았는데, 까실한 베옷을 입고 누워계신 어머니의 차가운 손은 아무리 주물러도 따뜻해지지 않았다. 영안실 벽에 기댄 까만 액자 속 어머니만 혼자 쓸쓸히 웃고 계셨다. 저 고운 미소를 두고 가시려고 유난히도 하늘 푸르렀을 그날, 어머닌 혼자 사진관 가는 길을 나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