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드라이플라워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6. 3. 16. 08:18

 

 

 

드라이플라워

-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죽음*

 

김영주

 

그녀가 떠나갔다

눈부시게 창백한 벽

열여섯 솜털 고운 환향한 들꽃 한 묶음

연다홍 숙고사댕기 야윈 목에 드리우고

 

한 마디 짧은 언질 어디에도 없었다

커튼이 흐느끼면 저도 따라 말라갔다

곤곤한 그녀의 시취만 눈물겹게 향긋했다

 

뜨겁던 피 말리는 일 거짓없이 기꺼웠을까

그녀가 떠난 자리 선혈같은

꽃잎,

꽃잎,

부서진 마른 눈물만 바닥에 흥건하다

 

 

* 김외한 할머니의 남편 송선호 할아버지는 맏이를 낳고 아내로부터

"나는 위안부였어요" 라는 고백을 들었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고.

아내의 한을 풀어주고 싶었지만 아내는 사과의 말을 못 듣고 섭섭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났다.

 

 

<<오늘의시조>>  2015  연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