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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오리야 날아라>> <중부일보> 기사

꿍이와 엄지검지 2016. 8. 26. 13:26

추석이후제호_150924

시집 <<오리야 날아라>>  현대시학, 10,000원

 

 

어머니 돌아가신 후에야 詩에 미련
2012년 첫 시집 '미안하다, 달' 출간

일본에선 99세 할머니도 첫 시집
꿈을 이루는데 너무 늦은 나이는 없어

▲ 김영주 시인


 


“밤에 자다 인기척에 깨보면 엄마가 나를 내려다보며 앉아계세요. 왜? 하고 물으면 ‘니가 내 옆에 있는게 실감이 나지않아 내가 이러고 앉아있다’고 하시는데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져요.”

최근 두 번째 시집 ‘오리야 날아라’를 펴낸 김영주 시인(57)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며 눈물을 훔쳤다. 

시인은 어머니가 암 선고를 받고나서야 늘 그리워하던 어머니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고등동집 앞마당 수수꽃다리 그늘 아래

비바람에 삭아져 다리 저는 평상에 앉아

누구를 기다리실까

먼 산 보시는 어머니” (시 ‘편도’ 발췌)



 

애틋한 시간도 잠시, 몇 달 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시인의 마음 속에 일찌감치 포기했던 ‘시’에 대한 미련이 고개를 들었다.

주인에게 버려지고 안락사 위기에 처한 반려견 까꿍이를 가족으로 들이고 나서, 불쌍한 생명에 대한 연민의 마음으로 ‘어떤 유기’라는 시를 썼고, 잡지사에 투고한 글이 당선돼 등단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해서 “연민하고 공감하며 절절한 슬픔을 느낀다”는 시인은 이런 비의(悲意)를 현대시조의 양식 안에 견고하게 담아왔다. 시조의 기본적 규범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이를 자유롭게 배열한 개성적인 현대시조를 쓰는 시인은 늦깎이 등단의 미진함을 만회하듯 성실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첫 시집 ‘미안하다, 달’(2012)에 이어 4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냈지만 아직 하고싶은 일이 많다.

 

“늦게 시작한만큼 욕심없이 꾸준히 자유시도, 동시도 쓰고싶어요. 특히 내 또래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을 해요. 스펙이 난무하는 지금, 무엇이든 ‘괜찮은 사람’만 하는 걸로 알고있는데 사실은 아니거든요. 일본에서도 99세에 첫 시집을 낸 할머니가 있는데, 그것처럼 누구나 원하는 일을 이루기에 늦지 않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쉰에 등단한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남은 시간 종장처럼 살겠다’고 다짐했다. 첫 어절이 반드시 3음절이어야 하는 시조에서 가장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규칙이 있는 종장처럼 모든 의미의 결론이 내려져 가장 의미있는 종장을 만드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다.

 

박현민기자/min@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