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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효 시인의 시집 <<죽고 못사는>>

꿍이와 엄지검지 2017. 2. 27. 15:07

 

 

 

개살구

 

최영효

 

잎 먼저 꽃이 피는 칠삭둥이 개살구야

 

피어봤자 눈시울 젖지 익어봤자 개꿈만 꾸지

 

쓰다 만 이력서 뒤에 발목 부은 여름만 가지

 

 

누구 없소

 

최영효

 

버럭질

땅 밑에서

단말마로 외치는 소리

 

거기 누구 없소

여기 사람이 있소

 

희망을 버리는 것이

희망이 된

하루

 

 

빚의 사회학

 

최영효

 

참새와 동박새가 쥐똥나무 밑에 산다

 

빚 얻어 이자 갚다 연체에 덜미가 잡혀

 

한뎃잠 한뎃솥 걸고 목숨만 빌려 산다

 

 

사마귀가 앞발 들고 빚추심을 조르자

 

베짱이는 배 째라며 헛웃음만 치는데

 

입동이 다 저물도록 울어쌓는 귀뚜라미

 

 

- 최영효의 시조집 <죽고 못사는>  - 이미지북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