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변현상 시인의 시집 <<툭>>

꿍이와 엄지검지 2017. 2. 27. 15:17

 

 

 

벌교

 

변현상

 

전라도

보성

벌교

 

저 갯벌이 종교다

 

날름

날름

 

주워 먹는

꼬막은 구휼금이고

 

널배가 넓은 신전을

헌금도 없이

지나간다

 

 

담양

 

변현상

 

누구와 누구누구

 

찾아오면

안 되겠다

 

또 누구와 누구누구

 

여기 오면

미안캤다

 

대나무

쪽 곧은 대나무

 

대나무

 

또 대나무

 

 

흐린 후 맑음

 

변현상

 

일용직 박氏

공치는 날

낮술 한 잔 귀갓길에

 

시장통 노점에서

B컵 80 두 개 샀다

 

"물 건넌 수입품인교"

 

입이 귀에 걸린다

 

 

-변현상의 시조집 <<툭>> - 알토란북스  2016

 

 


누구와 누구 여기 오면 안되겠다.

누구와 누구도 여기오면 참말로 미안하겠다.


쪽 곧은 대나무 사이에서 부끄러워 몸둘 바 모를 터이니

비비고 꼬고 굽신거리고 딸랑거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와선 안되겠다.


아니면 아니오, 기면 기요, 상식과 정상이 비난 받지 않는 그런 곳도 한 군데쯤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꼬장꼬장해서 새우젓국물도 얻어 먹기 힘들겠다고 돌림빵 당하던

그런 사람들 배짱대로 살 곳 한 군데 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도 대나무 저기도 대나무 쪽 곧은 대나무 뿐.

- 김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