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이달균 시인의 시집 <<늙은 사자>>
꿍이와 엄지검지
2017. 2. 27. 16:24
여름
이달균
매미는 노랠 위해 목숨을 걸었고
거미는 허공에다 함정을 팠으며
덩굴은 안간힘으로 묵중한 담을 넘었다
허물 벗겨지도록 애쓰고 욕봤다
모두들 사즉생死卽生 생즉사生卽死를 실현했으니
장하다 여한없겠다 지상엔 풍년 들것다
메일
이달균
한동안 묵혀둔 메일함을 열었다
수백 통의 말씀들, 수백 톤의 쓰레기
덧없다 묵언 수행은 이것으로 끝이다
호수
이달균
고요의 호수에 사는 고기는 귀가 밝다
마음을 내려놓고 더 아래로 내려가
풍경을 담고 싶거든 바람 잘 때를 기다려라
- 이달균 시인의 시조집 <<늙은 사자>> - 책만드는집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