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스크랩] 목욕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7. 6. 2. 23:28

 

 

목욕 어머니 떠나시기 일주일쯤 전인가요 소풍처럼 즐겁게 목욕을 갔드랬죠 한사코 마다하시는 어머니를 업고요 곡기穀氣를 끊으신 지 얼마나 되었는지 어머니 업은 등이 빈 등처럼 허전해서 목욕탕 가는 길 내내 뒤만 자꾸 보았네요 순하게 몸을 맡긴 모타리 작은 우리 엄마 단발머리 호호 늙어 파꽃처럼 웃던 엄마 꿈 같은 그날의 채비가 마지막이 될 줄은요 오늘도 그날처럼 목욕탕 거울 앞에서 좋아라 웃으시는 어머니를 보네요 나는 또 수도꼭지를 크게 틀어 놓습니다
 
[김영주 시집 '오리야 날아라' 수록작품]
 
 
 

 

 
 
 
 
출처 : 디카시 마니아
글쓴이 : 강미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