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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동시놀이터> 신인 추천작 심사소감 /박방희

꿍이와 엄지검지 2017. 6. 14. 11:45
<푸른 동시놀이터> 신인 추천작 심사소감 /박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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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동시놀이터> 신인 추천작 심사소감  



기성과 신인의 차이

                                         

  박 방 희 (시인, 아동문학가)



신인의 작품을 심사하는 일은 늘 기대와 설렘 그리고 아쉬움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세 사람의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기대와 설렘은 여전하였다.

 

먼저, 1회 추천(3편)을 이미 받은 바 있는 김완수 씨의 작품부터 검토하였다. 그중 2편을 추천완료작으로 뽑기로 두 심사위원이 합의하였다. 「거울아! 거울아」는 <백설공주>에 나오는 이야기를 제목으로 차용하여 관심을 끌었다. 창가의 거울에게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하고 물으면// 거울은/ 아무 대답 없이/ 그저 햇빛만 들인다.” 여기서 시인은 하나의 깨달음이라 해도 좋을 인식에 이르는데 바로 “그늘진 자리 찾아다니고/ 꽁꽁 언 얼음도 녹이는/ 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독자 또한 시인의 인식을 공유하게 한다. 「오래 매달리기」는 떠오르는 아침 해를 “수평선을 잡고/ 오래 매달리기 하려”다가 몸이 무거워 철봉 위로 고운 얼굴 쏙 내미는 모습으로, 저녁 해는 “하루 종일/ 얼굴 내밀고 있”다가 힘 다 빠져 철봉 아래로 쑥 지는 모습으로 형상화하였다. 수평선과 철봉, 해와 아이를 대비하고 연상시키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김완수 씨의 이번 응모작들은 바다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며 쓴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래 매달리기」 외에는 대부분 머리로 쓴 듯한 작품으로 공감도가 떨어졌다. 먼저 「바위섬」은 마지막 행이 억지스럽다. 발상이 무리하거나 억지스러우면 이후 전개나 결말 모두 억지스러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족관」은 평이한 발상이 재미없는 작품에 그치고 만 경우이고, 「바다 옷걸이」는 바닷가 소나무를 바다 옷걸이로 본 것인데 다소 무리한 발상이며, 그 외에 「앗!」, 「명태」 등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활달한 상상력을 보여 준 「돌고래 소풍」과 처마 아래 줄줄이 매달린 곶감을 보고 벌서고 있다고 생각한 「곶감」이 그래도 괜찮았음을 밝힌다. 김완수 씨는 동시(童詩)는 동심적인 발상으로 써야한다는 점을 너무 의식하는 것 같다. 먼저 시적인 것을 생각하고 거기에 동심의 옷을 입혀 보면 어떨까 싶다.


김영주 씨도 1회 추천(2편)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 3편으로 추천을 완료하기로 의견 일치를 보았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작품은 현실 인식이 돋보이는 「가슴이 아픈 나무」와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정서를 다소 쓸쓸하게 드러낸 「학교에 간 귀뚜라미」이다. 시멘트 반죽을 채워 넣은 고목을 소재로 하여 쓴 「가슴이 아픈 나무」는 나무의 처지에서 시상을 전개한 작품이다. 나무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것과 하늘로 올라갈 꿈을 꾸며 가지를 위로 뻗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가슴이 꽉 막힌 저 나무는, 나이테는 어떻게 찾고 또 무거워서 어떻게 하늘로 올라갈까, 라는 어린이다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생태주의적 관점보다 한층 더 열린 시선으로 대상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우리 민족의 비극인 분단과 그에 따른 이산가족 문제를 동심으로 바라본 따듯한 작품이다. “저렇게 붕어빵처럼 똑 닮은 얼굴들이/ 머리칼 하얘지도록/ 허리 꼬부라지도록/ 보고 싶어도 못 보고 살았다니/ 보고 싶어도 못 보고 살아야한다니/ 육십오 년 만에 만나 이틀 만에 헤어”져야 하는 상황을 토로하면서 이산의 아픔을 차분하게 그려냈다. 마지막으로 「학교에 간 귀뚜라미」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인 “쓰쓰쓰 쓸”, “쓰쓸쓰쓸”이라는 의성어를 실감나게 구사하여 학교 한 구석에 숨어 있는 귀뚜라미의 외롭고 하염없는 상황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2교시 끝나고 가도/ 쓰쓰쓰쓸/ 3교시 끝나고 가도/ 쓰쓰쓰쓸// 숨어 있는 걸까/ 갇혀 있는 걸까// 녹슨 창고 문 안 쪽에서/ 이제는 배도 고프다고/ 쓰쓰쓰쓸쓸”에서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때때로 느낄 법한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그 외에 「시간과 시계」와 동시조 형식의 「오래된 사진첩」도 인상적인 작품이었음을 밝힌다.

 

「잘 봐 봐!」 외 9편을 보낸 신미경 씨의 작품을 읽었다. 먼저 「잘 봐 봐!」 를 읽으면서 순수한 동심과 신선한 감수성을 느꼈다. 비 오고 난 뒤 “토독토독// 톡톡// 꿀밤 맞은// 상수리나무// 정수리가// 새파래”라는 짧은 구절에서 묻어나는 감수성은 독자들의 마음까지 다 물들일 것처럼 상큼하다. 그 다음 「못된 송아지」에 이르러서는 이 신인의 역량이 만만찮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잘 봐 봐!」가 순간적인 발견의 미학이 돋보이는 동시라면 「못된 송아지」는 나름대로 잘 익은 작품이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는 속담을 저절로 떠올리게 하는 화자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친구와 토닥거리고/ 마음 불편한 날/ (중략)// 진짜 속마음 담은/ 신호 보내다 말고/ 딸각!// 먼저 지기 싫어/ 싹둑!/ 건너가는 마음을 끊었다”에서 불화와 화해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이의 미묘한 심리를 잘 드러냈다. 그러면서 “끝까지 이기고 싶은/ 못된 송아지 뿔이/ 아직은 단단한 오후”라는 마무리로 거짓 없는 화자의 마음을 드러냄으로써 감동의 폭을 넓혔다. 「엄마가 미안」은 우리나라 보통 엄마들의 사고 지점을 잘 그려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가정에서 겪을 만한 부모자식간의 갈등 속에서 어른들의 일방적인 사고방식을 반성케 한다. “생각 좀 하고/ 살라면서/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은/ 엄마가 미안// 이야기 좀 하자/ 앉혀 놓고는/ 내 이야기만 길게 해서/ 엄마가 미안// (중략)// 엄마도 못하는 게 많으면서/ 뭐든 최고가 되라 해서/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는 내용으로 5연까지 다 읽고 나면 가슴이 짠해지며 아이들 마음을 위로할 뿐 아니라 어른들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 외에 「홀딱 맨」과 「하루가 빠졌어」도 주목할 만했으나, 이 시인이 좀 더 발전할 기회를 주기 위해 우선 3편을 1회 추천작으로 뽑기로 하였다. 더욱 풋풋한 작품을 또 기대한다.


심사를 하면서 새삼 느낀 점은 기성과 신인의 차이이다. 김완수 씨와 김영주 씨는 첫 얼굴을 내미는 신인과는 달리 이미 운문의 타 장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분들이다. 그런 점들이 작품에 종종 나타난다. 좀 더 새로운 그림을 그리자면 먼저 백지를 마련하듯 기존의 자기 색깔을 지워야 한다. 새로 시작하는 신인처럼 초기화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며 추천완료를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 신형건(시인, 비평가), 박방희(시인, 아동문학가)


푸른 동시놀이터 <신인 1회 추천작 -신미경 동시> 보러가기

♠푸른 동시놀이터 <신인 추천 완료작 -김완수 동시> 보러가기 

♠푸른 동시놀이터 <신인 추천 완료작 -김영주 동시>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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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방 희 1946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으며, 1985년 무크지 <일꾼의 땅>과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제5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밖에도 새벗문학상ㆍ불교아동문학작가상ㆍ방정환문학상ㆍ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동시 「함께 쓰는 우산」이 실렸으며, 동시집 『참새의 한자 공부』, 『쩌렁쩌렁 청개구리』, 『머릿속에 사는 생쥐』, 『참 좋은 풍경』, 『날아오른 발자국』, 『우리 집은 왕국』,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 『하느님은 힘이 세다』, 우화동시집『가장 좋은 일은 누가 하나요?』, 시집 『불빛 하나』, 『세상은 잘도 간다』, 『정신이 밝다』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