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고치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8. 5. 24. 13:40

 



고치

 

김영주

 

잠이 훌쩍 달아난 밤 집안을 서성이다

다락방 깊숙한 곳 묵은 상자 열어보고

내 편지 내가 읽으며 눈물이 쏟아집니다        

 

수양산 너른 그늘 해저무니 간 데 없어

다시 못 올 길 가시며 붓을 놓은 아버지

어머니 잘 모시라는 아름다워 슬픈 필체

 

어머니 내 어머니

아버지 내 아버지

저 해님 저 달님은 그 무슨 아픔 있어

한 하늘 이고 살면서 한 데 살 수 없었나요

 

어머니 아버지도 가고 아니 계신 지금

나 또한 무엇에 쫓겨

내 몸 외롭게 두었는지

빈집을 홀로 지키던 어머니처럼 눕습니다



<<시조시학>>  2018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