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기억을 지우다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18. 12. 5. 08:40

 




기억을 지우다


김영주


한밤중 섬에 갇혀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철창 같은 주소록에 내가 가둔 인연들

하나 둘 거둬들인 게 옴니암니 수백 개


낯익은 번호에는 전화 걸 일이 없고

낯선 번호에선 전화 올 일이 없다

몰래한 사랑만 같아 쓴 웃음이 나온다


한 번의 통기도 없이 또 한 해를 넘기는

무고한 이름들이 까닭 없이 무겁다

지운다 죄 없는 번호를 이제 그만 놓아준다



<<시조 21>> 2018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