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우은숙 시인의 시집 <<그래요, 아무도 모를 거에요>>

꿍이와 엄지검지 2020. 2. 29. 12:02





김제 지평선


우은숙


하늘 향해 정 조준한 팽팽한 활이었다가


땅속 깊이 일렁이는 완강한 목청이었다가


생명의 새 지평 여는 붉디붉은 걸음이었다가




오늘


우은숙


너는 내게 증거다 안녕의 저울이다

빛들의 연한 잠을 무반주로 낮게 깔고

심장이 들썩하는 사이 질주하듯 다가왔지


내 진한 오후가 뜨겁게 출렁일 때

너를 위해 노래하고 경배도 올렸지

사랑할 그 순간을 위해 눈물샘도 말렸지


이마를 긁적이던 부정한 저녁답엔

숲속을 배회하던 노을빛이 달려와

귀 붉은 서녘 들 밟고 너를 위해 기도했지




말을 많이 한 날


우은숙


나의 혀는 서서히

검게 말려 올라간다

나의 입은 서서히

숯검정이 된다

수많은

이야기가 섞여

흔들리다가

넘치다가


식은 가슴 내보이며

삭은 가슴 건져 올린 날

흰 그늘 드리운

자음과 모음 사이

허기진

반가사유상

백태 낀 집 한 채


<<그래요, 아무도 모를 거에요>> 2020 시인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