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김석인 시인의 시집 <<범종처럼>>

꿍이와 엄지검지 2020. 3. 10. 21:38




겨울나기


김석인


고독이 눈을 떠야 내가 나를 볼 수 있지

빈 하늘 등에 지고 바람 앞에 서게 되지

그제사 내가 보인다

더덕더덕 붙은 군살


주릴 만큼 주려봐야 창자가 밝아지고

여윌 만큼 여위어야 칼바람도 비켜 가지

석 삼동 허기로 채웠다

마음속에 각을 세워


봄으로 가는 길은 속살 꺼내 보이는 일

겹겹이 쌓인 각질 한 땀 한 땀 걷어 내면

홍매화 등불 내건다

씨알 같은 꿈을 담고




옥잠화


김석인


또 한 뼘 그리움이 허공를 지른 순간


와르르 쏟아지는 파스텔톤 분이 생각


스치는 바람일진대


저릿하다


이 저녁




이등변 부부


김석인


부부로 사는 것은 삼각형 만드는 일

생각이 다를 때는 꼭짓점에 멈춰 선다

기울기 바라보면서 직립의 꿈을 꾸며


빗변이 늘어나도 밑변이 작아 봐라

좁아터진 바닥에서 숨 쉴 틈이 있을까

바람만 살짝 불어도 넘어지고 말 것을


좁아서 북새통은 넓어도 탈이 많아

제가끔 깜냥만큼 마름질하다 보면

마침내 깨닫게 되는 밑변의 존재 이유



<<범종처럼>>  황금알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