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어떤 슬픔

꿍이와 엄지검지 2020. 6. 22. 16:01

어떤 슬픔

 

김영주

 

 

옛님이 그랬다지

마흔은 불혹이라고

철없이 덜컥덜컥 나이만 먹던 그땐

천지에 널린 것들은 혹한 것들 뿐이던데

 

기적이라 말할까

살아보니 살아낸 일

희로애락 애오욕 칠정에도 무덤덤한

광풍도 어쩌지 못하는 돌기둥 같은 나를 본다

 

따뜻이 이름 불러 보듬어주지 못했던

거울 앞에 마주 앉은 저 슬픔 낯이 익다

어느덧 엄마를 닮은

늙어가는 내가 있다

 

 

ㅡ『정형시학』 2020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