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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 이야기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21. 9. 25. 21:47

좁은 방 이야기

- 1979년

 

 

김영주

 

 

엎드려 책을 보다 "엄마 커피?" 묻는다

문안장*이나 가야 사는 미제 맥심 커피에

설탕을 달게 떠 넣고 크림도 듬뿍 푼다

 

두 개의 머그컵을 한 손에 움켜잡고

내 커피 엄마 커피 맨바닥에 내려놓자

"쯧쯧쯧, 방이 좁냐아?"

혀를 끌끌 차신다

 

기우뚱 잔 두 개가 서로 버텨 바닥이 떴다

귀여운 우리 엄마 시크한 유머감각

엄마는 지금 내 나이

막둥이 난 스무 살

 

엄마랑 내가 웃던 사십 년 전 이야기다

늦둥이 나를 갖고 마흔이 서러웠다던

"너 없이 어찌 살았을꼬…."

엄마 없이

나 산다

 

 

*남문시장. 수원에 네 개의 성문이 있는데 그 성문 안에 있는 시장이라는 뜻으로 문안(門內)장이라 불렀다.

 

<문학청춘> 2021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