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길의 말씀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22. 5. 15. 08:05

길의 말씀

 

 

김영주

 

 

내 앞에 놓인 길만 길이라 생각했다

타는 목을 견디면서

걸어, 걸어, 가는 길

길 끝엔 두드릴 문이 보일 것만 같았다

 

돌부리에 엎어졌다 수렁에도 빠졌다

길이 사라졌다 길이 벌떡 일어섰다

쓰러진 나무 등걸이 내 발목을 낚아챘다

 

불현듯 돌아보니 따라오는 길 있었다

내 뒤를 밟은 길은 나와 함께 걸어준 길

나에게 뒤돌아보는 법

걸어온 길이 일러준다

 

 

<나래시조> 20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