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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과 탕수육

꿍이와 엄지검지 2009. 11. 21. 12:09

일하는 주부의 휴일은 쉬는 날이 아니다.

쌓아놓은 빨래, 미루었던 냉장고 청소나 옷장 정리,

대충 청소기만 돌렸던 집안 구석구석의 야구공만한 먼지처리등.

거기다가 평소에 못해먹은 반찬에 세끼 밥 만들어 먹이다 보면

정말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앉아 있을 짬이 없다.

 

아침 7시에 등교해서 학원 다녀오면 열두시 반,

거의 새벽 한 두시에야 잠을 잘 수 있는 고등학교 다니는 큰 아들이

오늘은 탕수육을 만들어 먹자고 했다. 

 

큰 아들과  그런 정겨운 시간을 가진지가 얼마만인가 싶어

선뜻 그러자며 동네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아와서는, 

당근을 깎고 양파를 썰고, 고기에 밑간을 하고,

튀김옷을 입히고 튀기면서  둘이 참 오랜만에 시간을 보냈다.

 

해먹은지 오래 되기도 했지만 아들에게, 그 다음은?

해가며 진행과정을 물었다. 

녀석은 가정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왔다며 인터넷을 뒤져

실습과정과 가장 유사한 레시피를 불러 주면서

열심히 탕수육을 만들었다.

 

돼지고기 등심을 두근 정도 튀겼지만

튀김옷이 적게 입혀져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가사 실습시간에 너무 튀겨 고기가 새까맣게 타버렸다는 아들의 경험때문에

파삭함과는 거리가 먼 쫄깃한 튀김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고기의 밑간으로 맛과 향, 쏘스등은 참 훌륭했다.

아들 녀석은 흡족해 하며 제 여자친구에게 제가 만든 감동을 맛보여야 한다며

탕수육과 쏘스를 담아 달랬다.

 

그제서야 나는 아마도 저 녀석이 애당초

제 여친이 목적이 아니었나 싶은 모종의 음모를 깨닫는다.

 

나는 잘 튀겨진 탕수육과 쏘스를 맛나게 담아 주며 한마디 덧붙인다.

 

"용아, 엄마는 순수한 마음인데 걔 엄마나 아빠가 너 쪼잔하게 보면 어쩌지?"

 

대답없이 그냥 씨익 웃는 커다란 덩치의 아들이 귀엽다.

 

잔뜩 어지러 놓은 기름 뒷설거지를 하고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 길건너 목욕탕엘 걸어서 간다.

 

일주일에 한 번 유일하게 내 시간을 갖는 다면

아마도 대중목욕탕에 가서 보내는 한시간 남짓의 시간일 것이다.

찜질방에 한 번 차분히 들어앉을 여유도 못가져보고

부지런히 몸과 함께 마음을 씻고 오는

한 시간 뿐인 자유..

 

일요일이어서인지 제법 손님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