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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의 손잡이 <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

손잡이 김영주 아끼던 손가방이 손잡이만 다 해졌다 내 살과 너의 살이 부대끼며 사는 동안 내민 손 받아주는 일 그 아픔을 몰랐다니 김영주 시인의 를 읽는다. 사물을 대하는 눈은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육안이고, 또 하나는 심안이다. 시인이 아끼던 손가방이 있다. 잘 간수했다가 차림새 갖춘 외출에 동반하는 가방 같은데 그 손잡이가 다 해졌으니 꽤 오랜 시간을 함께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해진 게 아니라 서서히 닳아 가는 모습을 시인은 그러려니 하고 보아오다가 어느 날 문득 마음에 걸리면서 한 편의 시가 탄생한다. 즉 육안에서 심안으로 연결이 된 것이다. 그동안 무심히 보고 넘겼던 손잡이의 아픔이 심안을 통해 전달되면서 가방은 ‘내 살과 너의 살이 부대끼며 사는 동안 // 내민 손 잡아주는’ ..

♡♡♡/리뷰 2022.06.17

뉘엿뉘엿 / 김영주 시 / 김현성 작곡

뉘엿뉘엿/김영주시/김현성곡 뉘엿뉘엿 김영주 머리 하얀 할머니와 머리 하얀 아들이 앙상하게 마른 손을 놓칠까 꼬옥 잡고 소풍 온 아이들처럼 전동차에 오릅니다 머리 하얀 할머니 경로석에 앉더니 머리 하얀 아들 손을 살포시 당기면서 옆자리 비어 있다고 "여 앉아, 앉아" 합니다 함께 늙어 가는 건 부부만은 아닌 듯 잇몸뿐인 어머니도 눈 어두운 아들도 오래된 길동무처럼 뉘엿뉘엿 갑니다

손증호 시인의 <화상전화> / 김영주

꼼짝마라, 독자! 손증호 시인의 김영주 뜨겁다, 그놈의 전화 날것으로 와 닿는 축지법이 별거냐며 불쑥불쑥 들이대는 그 앞엔 숨을 곳 없다 꼼짝 마라, 손 증 호 - 손증호, 전문, 시집 에서 시시때때로 오는 전화,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옷매무새를 고치게 되는 게 본능인데 화상전화라니. 입은 채로, 자다 깨서, 혼밥 · 혼술을 먹다가, 혹은 민망한 장소에서 민망한 자세로 맞닥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은밀한 회동이라도 하는 찰나라 치면 이건 뭐 오도 가도 못할 "딱걸렸어"다. 거기다 화면발이라도 잘 받으면 모르겠는데 액정에 뜬 내 얼굴은 나이보다 훨씬 늙고 추레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무방비상태의 "내 얼굴"이 확실해서 더욱 당혹스럽다. 전화번호 검색을 하다가 내 쪽에서 난데없이 영상통..

혜존(惠存)에 대한 바른 뜻

혜존(惠存)에 대한 바른 뜻 이 말은 원래 우리 선비들이 오래전부터 써왔던 말로 '수차책 위감혜 고보존이중(受此冊 爲感惠 故保存以重)'이라, 책을 받는 사람이, 귀한 책을 주셨으므로 은혜로워 잘 읽고 보존하겠다는 뜻으로 쓰였다. 좋은 말이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우리말 말살정책으로 일본사람들의 “이 책을 드리오니 잘 보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일본말 혜존으로 그 의미가 바뀌어 버렸다. 자기가 쓴 책을 잘 보존해달라는 것은 우리 정서상으로는 옳지 않다. 그 뜻을 모르고 논문집과 선물하는 책의 첫 장에 혜존을 남발하고 있다. 우리말로 “***선생님께 드립니다”하면 될 것을. 굳이 문자를 쓰고 싶다면 옛날부터 조상들이 사용한 좋은 말이 있다. 스승이나 윗사람에게는 ‘감하(鑑下)’라 하여 거울 같이 맑은 눈으로 쭉..

♡♡♡/With U 2020.07.27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

제 1123 회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 이제 한국의 현실을 점검해 봅니다. 4·19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분명하게 꽃을 피웠는데, 그 꽃이 군사쿠데타라는 모진 비바람을 맞아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고 혹독한 시련 아래 오랫동안 시들어 있었습니다. 1961년 군사쿠데타로 압제에 시달리던 국민들이 ‘80년 서울의 봄’으로 탄압과 독재의 핍박에서 해방되려나 했더니, 5·17의 더 무서운 폭압으로 1987년 6·10항쟁까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죽고 감옥에 갇히고 모진 고문을 당하며 살아야 했던가요. 민주주의를 되살려내자던 무서운 시민들의 항쟁은 5·18에서 정점을 이루며, 6·29의 항복을 받아냈고, 국민 직접 선거에 의한 정권이 들어섰지만, 그 또한 군사독재 정권의 연장이어서, 온 국민은 독재에 시달..

♡♡♡/With U 2020.07.27

이나영 시인의 시집 <<언제나 스탠바이>>

비상구 탱고 이나영 물걸레 빨아 널고 고무장갑 벗어내고 비상구 계단에서 빵 한 쪽 뜯고 난 뒤 화장실 한쪽 구석에 밴 땀을 말린다 보이지 말란 말에 갑갑한 숨을 잡고 환경도 미화도 없는 지하로 내몰리고 참았던 마음 쏟듯이 쓰레기통 비워낸다 반도네온 리듬으로 저들의 목청 속에 거친 숨 몰아가며 오랫동안 춤을 춘다 악센트 발끝에 실어 찌든 날 걷어찬다 책만드는집 2020

김나비 시인의 시집 <<혼인비행>>

로봇청소기 김나비 예약된 또 하루가 조용히 눈을 뜬다 친구가 없는 나는 은둔형 외톨이 사람들 떠난 냄새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간단한 질문에는 표정 없이 답을 하고 사지를 웅크린 채 어제를 찾아가며 먹어도 자라지 않는 바코드를 읽는다 분주한 발소리가 문밖에 흩어지면 내 속에 숨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남들은 내 머릿 속을 먼지 통에 빗댄다 혼놀*은 내 운명에 새겨진 검은 지도 익숙한 외로움이 틀 안에 맴을 돌 때 재빨리 몸을 숨기고 충전대로 향한다 *혼잣 놂, 또는 그렇게 하는 놀이 발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