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이나영 시인의 시집 <<언제나 스탠바이>>

꿍이와 엄지검지 2020. 7. 19. 12:43

 

 

비상구 탱고

 

이나영

 

물걸레 빨아 널고

고무장갑 벗어내고

비상구 계단에서

빵 한 쪽 뜯고 난 뒤

화장실 한쪽 구석에 밴 땀을 말린다

 

보이지 말란 말에

갑갑한 숨을 잡고

환경도 미화도 없는

지하로 내몰리고

참았던 마음 쏟듯이 쓰레기통 비워낸다

 

반도네온

리듬으로

저들의 목청 속에

거친 숨

몰아가며

오랫동안 춤을 춘다

악센트

발끝에 실어

찌든 날 걷어찬다

 

<<언제나 스탠바이>> 책만드는집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