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31

괄호 속의 존재감 / 김영주

괄호 속의 존재감 김영주 있어도 그만 아닌 없어도 그만 아닌 두근두근 심장 속에 옹이처럼 박힌 말 웅크려 껍데기 쓰고 하소하듯 숨은 말 간곡히 하고픈 말 시침 떼고 들어앉아 그 정체 모호해도 물어보긴 또 애매한 허투루 뺄 수도 없는 은근슬쩍 심각한 말 비밀인 듯, 비밀 아닌 베일 속의 속삭임 정녕코 두려운 건 스스로 두른 울타리 가끔은 들켜도 좋겠다 허울 벗은 민낯을 2021 가을호

코마 / 김영주

코마 김영주 정지버튼 눌렀어도 끄덕끄덕 돌아가는 선풍기 모터소리 아무래도 심상찮다 드르륵 털털터덜털 드르르륵 턱터덜 십오 년을 돌렸으니 미련 따위 없을 텐데 수명을 다하고도 죽지 못해 살아야하는 그 무슨 가당치않은 역리의 항변 같다 코드를 뽑아야만 멈추는 기계처럼 미음줄 코에 꽂고 또 하루를 연명하는 모진 건 목슴이라는 이 엄연한 슬픔 2020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