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연시조

코마 / 김영주

꿍이와 엄지검지 2020. 10. 2. 19:37

코마

 

김영주

 

정지버튼 눌렀어도 끄덕끄덕 돌아가는

선풍기 모터소리 아무래도 심상찮다

드르륵 털털터덜털 드르르륵 턱터덜

 

십오 년을 돌렸으니 미련 따위 없을 텐데

수명을 다하고도 죽지 못해 살아야하는

그 무슨 가당치않은 역리의 항변 같다

 

코드를 뽑아야만 멈추는 기계처럼

미음줄 코에 꽂고 또 하루를 연명하는

모진 건 목슴이라는

이 엄연한 슬픔

 

<<동서문학>> 202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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