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 시인의 시집 <<웃지 말라니까 글쎄> 어처구니 이종문 온통 난장판인 어처구니없는 세상, 제일로 그 중에도 어처구니없는 것은 지천명(知天命), 이 나이토록 어처구닐 모른 그 일. 산 이종문 풀 뜯는 소의 등을 어루만져 보고 싶듯, 어루만져 보고 싶다 되새김질 하는 산을, 때때로 고개를 들다 요령 소리 내는 산을 오호 잘 가.. ♡♡♡/시인의 시집 2020.04.04
고정국 시인의 시집 <<그리운 나주평야>> 꽃 앞에 오므려 앉아 고정국 아이가 되기 위해 나이를 먹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 옷을 벗습니다 이른 봄 개나리 같은 시 한 줄을 받으려 (2013) 정오의 시 고정국 문득 개화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멎는 순간 사람과 꽃송이 사이로 그림자 하나가 지나갔다 아 지금 내 생의 정점에 자.. ♡♡♡/시인의 시집 2020.03.16
민병도 시인의 시집 <<부록의 시간>> 다시 불이不二 민병도 불은 꽃도 흰 씨앗도 무대는 허공이다 허나 정작 그 생명은 땅에 내려 싹 트느니 뉘 있어 하늘과 땅이 둘이라고 하겠나. 꽃자리 민병도 날개 달고 떠난다고자리마저 버리진 마라 잠시 잠깐 새가 된들허공에서 잠을 자랴 돌아와 병든 몸 뉘일그 자리가 꽃자리 어둠 이불 민병도 어둠은 이불이다품이 넓은 이불이다 아무리 붉은 꽃도성미 급한 바람도 한두겹 덮고 누우면온순하게 잠이 든다 2019 목언예원 ♡♡♡/시인의 시집 2020.03.16
최양숙 시인의 시집 <<새, 허공을 뚫다>> 나랑 놀았다 최양숙 불 끄고 밝아진 방 누가 나를 들여다본다 만지고 부수다가 구석으로 밀기도 하고 암호를 기억하느라 발끝까지 뒤적인다 잊어가는 방식에 대해 불 켜고 어두워진 방 아무도 보이지 않아 이름만 불러본다 어떻게 그림자들을 놓을까요, 서로를 반짝 세일 최양숙 고로, .. ♡♡♡/시인의 시집 2020.03.16
김석인 시인의 시집 <<범종처럼>> 겨울나기 김석인 고독이 눈을 떠야 내가 나를 볼 수 있지 빈 하늘 등에 지고 바람 앞에 서게 되지 그제사 내가 보인다 더덕더덕 붙은 군살 주릴 만큼 주려봐야 창자가 밝아지고 여윌 만큼 여위어야 칼바람도 비켜 가지 석 삼동 허기로 채웠다 마음속에 각을 세워 봄으로 가는 길은 속살 꺼.. ♡♡♡/시인의 시집 2020.03.10
이숙경 시인의 시집 <<까막딱따구리>> 땅끝에서 돌아서다 이숙경 이곳에서 돌아서자 그 끝을 미루어 두자 너무나 보고 싶지만 이정표 등지고 오길 잘했다 시작의 끝은 더 살다가 보기로 하자 길치 이숙경 밝은 데서 볼 줄 아는 눈빛은 가졌으나 어둔 데서는 한 치 앞도 못 보는 나의 눈빛 먼 데를 가던 눈빛은 이따금 길을 잃었.. ♡♡♡/시인의 시집 2020.03.10
정지윤 시인의 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 우리 집 정지윤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할머니 집에서 산다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엄마 집에서 산다 그럼 우리 집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상해 정지윤 눈이 침침하다고 자꾸 안경만 닦는 할머니 내가 밥풀 흘린 건 금방 알아본다 장난치다 살짝 다친 것도 바로 알아챈다 새라고 .. ♡♡♡/시인의 시집 2020.02.29
하순희 시인의 시집 <<종가의 불빛>> 제3의 나라 하순희 엄니 같은 큰언니를 제3의 나라에 내버렸다 매화꽃 피어 슬픈 산비탈 뒤로 한 채 이것이 고려장이로구나 어룽지는 굽잇길 "시상에 이리 좋은 디가 어딨노? 밥 주제, 씻겨 주제, 귀경도 시켜주제 이담에 니도 오거라이 암 것도 걱정말고" 그 밤에 기도 했다 꿈속에도 꿈이.. ♡♡♡/시인의 시집 2020.02.29
서석조 시인의 시집 <<돈 받을 일 아닙니다>> 돈 받을 일 아닙니다 서석조 들꽃 환한 한낮이면 문을 걸어 잠갔겠지 내달리는 떼 군중엔 세상없이 울었겠지 밝게 볼 세상을 위해 안경을 다듬기까지 안경다리 고쳐주고 안경집도 하나 주며 "아이구 됐습니다, 돈 받을 일 아닙니다" 양산의 갤러리안경점 소아마비 주인장 백목련 서석조 .. ♡♡♡/시인의 시집 2020.02.29
우은숙 시인의 시집 <<그래요, 아무도 모를 거에요>> 김제 지평선 우은숙 하늘 향해 정 조준한 팽팽한 활이었다가 땅속 깊이 일렁이는 완강한 목청이었다가 생명의 새 지평 여는 붉디붉은 걸음이었다가 오늘 우은숙 너는 내게 증거다 안녕의 저울이다 빛들의 연한 잠을 무반주로 낮게 깔고 심장이 들썩하는 사이 질주하듯 다가왔지 내 진한 .. ♡♡♡/시인의 시집 2020.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