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정지윤 시인의 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

꿍이와 엄지검지 2020. 2. 29. 12:07





우리 집


정지윤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할머니 집에서

산다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엄마 집에서

산다


그럼

우리 집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상해


정지윤


눈이 침침하다고 자꾸

안경만 닦는 할머니


내가 밥풀 흘린 건

금방 알아본다


장난치다 살짝 다친 것도

바로 알아챈다



새라고 배운 돌


정지윤


굵은 나뭇가지에 날아갈 듯

앉아 있는 돌 하나

새라고 배우고 있어요


비디오가 매일

조류 도감을 펼쳐 놓고 가르쳐 줘요

저 하늘이 내가 날아갈 세상이래요


나는 누구인가요?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


언젠가는 푸드덕 날갯짓하고

날아오를지도 몰라요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  창비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