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고정국 시인의 시집 <<그리운 나주평야>>

꿍이와 엄지검지 2020. 3. 16. 11:32




꽃 앞에 오므려 앉아


고정국


아이가 되기 위해

나이를 먹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 옷을 벗습니다


이른 봄 개나리 같은

시 한 줄을

받으려  (2013)



정오의 시


고정국


문득 개화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멎는

순간


사람과 꽃송이 사이로 그림자 하나가 지나갔다


아 지금 내 생의 정점에

자오선이

지나고

있다   (2007)



소나기


고정국


가끔은 도시 전체를

싹 쓸어벌고 싶은 ...


내가 하늘이었어도

그런 생각은 품었을 거야


저 거친 싸리비질만 봐도

세상 절반은

쓰레긴

거야   (2000)



<<그리운 나주평야>>  2019  책만드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