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이종문 시인의 시집 <<웃지 말라니까 글쎄>

꿍이와 엄지검지 2020. 4. 4. 18:27






어처구니


이종문


온통


난장판인


어처구니없는 세상,


제일로 그 중에도 어처구니없는 것은


지천명(知天命), 이 나이토록


어처구닐 모른


그 일.





이종문


풀 뜯는 소의 등을 어루만져 보고 싶듯,


어루만져 보고 싶다 되새김질 하는 산을,


때때로 고개를 들다 요령 소리 내는 산을



오호 잘 가게나 친구


이종문


  이게 연극이라면 그 연극은 그만두고 이 사람, 내가 왔네,

이리 냉큼 나오시게


  아 글쎄 내가 자네께 절을 해야 되겠나


  그래도 액자 속에 고요히 들어앉아 무엇이 우습기에 그리

자꾸 웃고 있나


  부인이 혼절을 했는데, 그래 이게 웃을 일가


  혹시 늦게 얻은 저 귀엽고 어린 딸이 다들 왜 이러나 어리

둥절하다가도 철없이 깔깔 웃는 것, 하 기막혀 웃고 있나


  알겠네, 이 사람아, 이 지경이 됐는데도 부의 봉투에 넣을

돈이나 따져쌓는


  삼십 년 지기의 꼴이 우스워서 웃제 그자


  부디 이해하게, 넣었다가 빼냈다가...... 큰마음 먹고서야

큰 것 한 장 더 넣었네


  이 돈을 노자 삼아서 오호(嗚呼) 잘 가게나 친구



<<웃지 말라니까 글쎄>>  시인동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