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민병도 시인의 시집 <<부록의 시간>>

꿍이와 엄지검지 2020. 3. 16. 11:31




다시 불이不二


민병도


불은 꽃도 흰 씨앗도 무대는 허공이다


허나 정작 그 생명은 땅에 내려 싹 트느니


뉘 있어 하늘과 땅이 둘이라고 하겠나.




꽃자리


민병도


날개 달고 떠난다고

자리마저 버리진 마라


잠시 잠깐 새가 된들

허공에서 잠을 자랴


돌아와 병든 몸 뉘일

그 자리가 꽃자리




어둠 이불


민병도


어둠은 이불이다

품이 넓은 이불이다


아무리 붉은 꽃도

성미 급한 바람도


한두겹 덮고 누우면

온순하게 잠이 든다



<<부록의 시간>>  2019 목언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