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이송희
오늘도 허기졌다
할 말을 다 쏟고나니
입 안에 담아둔 말은
정작 하지 못했다
한 방울
진한 슬픔이
점점이 묻어나온다
종이컵
이송희
아직도 삼켜야 할 말들이 남았는가
얼마나 더 부어야 네 속이 채워질까
그 오랜 기다림으로 차오르는
우물 하나
소나기
이송희
그녀의 목소리는 흠뻑 젖어 있었다
언젠가, 불현듯, 날 다녀간 그녀가 따귀를 후려치고 도망가
던 그녀가 널 믿지 못하겠다며 퍼붓던 그녀가 폭염 사이로 내
뱉던 짧은 말들이, 벼랑으로 몰아붙이던 맵디매운 말들이, 어
느새 내 몸속으로 스며들던 말들이
지독한 열병 속으로 투명하게 갇힌다
<<수 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시인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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