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집

이송희 시인의 시집 <<수 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꿍이와 엄지검지 2020. 4. 4. 18:28





이송희


오늘도 허기졌다

할 말을 다 쏟고나니


입 안에 담아둔 말은

정작 하지 못했다


한 방울

진한 슬픔이

점점이 묻어나온다




종이컵


이송희


아직도 삼켜야 할 말들이 남았는가


얼마나 더 부어야 네 속이 채워질까


그 오랜 기다림으로 차오르는

우물 하나




  소나기


  이송희


  그녀의 목소리는 흠뻑 젖어 있었다


  언젠가, 불현듯, 날 다녀간 그녀가 따귀를 후려치고 도망가

던 그녀가 널 믿지 못하겠다며 퍼붓던 그녀가 폭염 사이로 내

뱉던 짧은 말들이, 벼랑으로 몰아붙이던 맵디매운 말들이, 어

느새 내 몸속으로 스며들던 말들이


  지독한 열병 속으로 투명하게 갇힌다


<<수 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시인동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