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시인의 시집 <<우포늪 가시연꽃>> 휴대전화 문자 이용식 전화 오면 깜작 놀라 문자 보기 겁이 난다 왜들 연락 없이 갑자기 떠나는지 이왕에 떠나가려면 우정마저 거둬주오 전화해도 받지 않아 하고픈 말 놓쳐버린 당연히 만나리라 믿었는데 허망하다 다음 생 혹 만나시면 알은체나 해 주오 이슬방울 이용식 하루는 길고 길어도 일 년은 잠깐이다 시작이 곧 끝인 것을 슬어지는 이슬을 본다 풀잎이 목을 적신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나 토방 2020 ♡♡♡/시인의 시집 2020.07.19
이남순 시인의 시집 <<봄은 평등한가>> 웃골댁 양파농사 이남순 천 평 남짓 남새밭을 산 채로 갈아엎자 들녘을 덮어오는 울음 끝이 싸아하다 모종값 포기하고도 품삯조차 못 건지니 풍년이 죄라더라, 죄명 한번 얼척없다 못 거둔 가슴팍에 순장시킨 내 새끼들 땀흘려 가꾼 농사가 꼼짝없는 벌(罰)이라니 뉘 눈물 나 몰라라 냉랭한 뉴스 앞에 아무일 없는 듯이 하루가 저무는데 노을만 피멍 든 얼굴 하늘 끝에 부빈다 씨종자 이남순 지 엄니를 쥐 잡듯이 했다네요 돈 달라고, 오메는 좋겠네요, 그럴 아들 없으니깐 뭔 말을? 두들겨 맞더라도 씨종자는 있어야제 문학의 전당 2020 ♡♡♡/시인의 시집 2020.07.19
고성만 시인의 <<파란 . 만장>> 고요아침 개 고성만 소리조차 가는 비 가슴 적신 봄날 아침 팔짝팔짝 검둥개 밥그릇 채우면서 너 어찌 내 속을 알랴 중얼중얼 어머니 포클레인 고성만 붉은 바퀴 자국을 새기며 달려간다 피는 차고 거친 호흡 망설임도 후회 없이 스스로 길을 만들어 표표히 떠나는 그 공사장 뒤 모퉁이 서럽게 울면서 한 숟갈 한 숟갈 떠서 담는 밥그릇 목숨이 부대낄 때면 기어서 다가간다 고요아침 2020 ♡♡♡/시인의 시집 2020.07.19
유선철 시인의 시집 <<찔레꽃 만다라>> 빙어의 설법 유선철 너희가 나를 먹느냐 산 채로 씹어먹느냐 은하처럼 푸른 물에 빙하보다 맑은 생각 너희가 나를 먹느냐 씻지 못할 죄를 먹느냐 단풍 죽이기 유선철 직지사 관음전 앞 난데없는 소란이다 앙큼시런 빨간 장갑 이년이 범인아이가 노란치마 팔 랑거리는 저년도 공범인기라 시님요, 저짜로 가이소 야들 땜에 눈 배리겠심더 참말로 같짢데이 여어가 어데라고 작 년에도 심하디만 올핸 더 지랄이네 시님요, 불싸질러뿌까 요 버리장머리 확 뜯어고치게 노보살 고함소리에 산도 절도 어리둥절 찔레꽃 만다라 2020 ♡♡♡/시인의 시집 2020.07.19
홍성란_시는 그럴 수 없다 (발췌) 아마존복지금/김영주 시는 그럴 수 없다(발췌) _ 홍성란 / 시인 아마존복지금 김영주 가난하냐 물어보고 가난하냐 물어본다 가난하냐 다시 묻고 가난하냐 또 묻는다 묻고 또, 죽을 만큼 묻고 죽지않을 만큼 주는 돈 시는 그럴 수 없다(발췌) _ 홍성란 / 시인 아마존복지금은 '아마존 정글처럼 생존만이 가능한복지라는 뜻에서의 저소득층지원금'을 가리킨다. '시인의 말'에 따르면 유엔은 빈민에게 필요한 사회복지의 자격조건.조사의 강화를 '빈곤의 형벌화' 조치로 분류하고 있다는데 이 말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난하냐"를 네 번 반복하고 이 '묻는다'는 행위를 여섯번 반복한다. 강조하고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니 '가난/묻다/죽다/죽지 않다/돈' 이 다섯 마디의 어휘를 변주하고 함축含蓄하고 있는 바, 담당공무원의 질문 앞에서 기초.. ♡♡♡/리뷰 2020.06.22
이용식 시인의 시집 <<우포늪 가시연꽃>> 휴대전화 문자 이용식 전화 오면 깜작 놀라 문자 보기 겁이 난다 왜들 연락 없이 갑자기 떠나는지 이왕에 떠나가려면 우정마저 거둬주오 전화해도 받지 않아 하고픈 말 놓쳐버린 당연히 만나리라 믿었는데 허망하다 다음 생 혹 만나시면 알은체나 해 주오 이슬방울 이용식 하루는 길고 길어도 일 년은 잠깐이다 시작이 곧 끝인 것을 슬어지는 이슬을 본다 풀잎이 목을 적신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나 토방 2020 ♡♡♡/시인의 시집 2020.06.18
이남순 시인의 시집 <<봄은 평등한가>> 웃골댁 양파농사 이남순 천 평 남짓 남새밭을 산 채로 갈아엎자 들녘을 덮어오는 울음 끝이 싸아하다 모종값 포기하고도 품삯조차 못 건지니 풍년이 죄라더라, 죄명 한번 얼척없다 못 거둔 가슴팍에 순장시킨 내 새끼들 땀흘려 가꾼 농사가 꼼짝없는 벌(罰)이라니 뉘 눈물 나 몰라라 냉랭한 뉴스 앞에 아무일 없는 듯이 하루가 저무는데 노을만 피멍 든 얼굴 하늘 끝에 부빈다 씨종자 이남순 지 엄니를 쥐 잡듯이 했다네요 돈 달라고, 오메는 좋겠네요, 그럴 아들 없으니깐 뭔 말을? 두들겨 맞더라도 씨종자는 있어야제 문학의 전당 2020 ♡♡♡/시인의 시집 2020.06.18
이명숙 시인의 <아홉수> 아홉수 이명숙 아홉에서 열 사이 다리 없는 강이 있다 노을을 양분하고 사이를 염탐하고 섭섭한 별들의 근처 달무리 진 아우성은 새벽과 아침 사이 해산하는 하늘이다 확 번 꽃 자백하고 다 진 꽃 화장하고 예감만 흐드러지게 빈티지한 이 침묵은 그믐과 초승 사이 광장의 촛불이다 꽃 유골 듣는 자리 다시 초록이라고 그것은 마지막 한 잎 연호하는 무반주 노래 정드리문학 제8집 다층 2020 ♡♡♡/시인의 시 2020.06.09
성국희 시인의 <낙동강> 낙동강 성국희 차라리 그대에게 푹 빠질 걸 그랬다 가까이 다가서도 그 깊이 알 수 없어 함부로 읽지 못한 책, 드낡은 고전이었다 된바람 고개 숙여 그대 안에 길을 찾고 반달도 내려와서 삶의 얼룩 헹구는데 나는 왜 그대 밖에서 모래성만 쌓았던가 역사의 뒤란에서 몰래 울던 속울음과 나룻배에 실어 나른 가난한 노랫소리, 넘기는 책장 속으로 꿈길 다시 열어간다 목언예원 2020 ♡♡♡/시인의 시 2020.06.09
문순자 시인의 <봄날의 교집합> 봄날의 교집합 문순자 어린 봄 햇살 몇 줌 어찌 그냥 흘리랴 겨우내 눅눅해진 이불 홑청 가는 사이 일곱 살 벌테 손자가 반짇고릴 엎질렀다 저건 전리품이다 시집올 때 딸려온 쪽가위 골무 단추 남편의 첫 월급봉투 덩달아 마른 탯줄도 불쑥 튀어나온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 도장이나 만들까 세상에 남길 거라곤 하나뿐인 탯줄도장 아들놈 첫울음 같은 연두로 꾹 찍고 싶다 황금알 2020 ♡♡♡/시인의 시 2020.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