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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영주 시인의 <번데기가 다 매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꿍이와 엄지검지 2010. 12. 7. 10:08

 

 

 

곤충 박물관에서 그의 수의를 보았다

껍질에 갇혀 죽은 매미의 몸뚱이를

제 옷을

벗지 못하는

고통을 보았다

 

옷을 벗지 못하도록 붙잡은 것은 무엇일까

과거를 벗어 던지려 몸부림쳤을 날갯죽지

그렇게

그의 허물은

그의 허물이 되어버렸다

 

단 며칠, 비명의 삶에 목숨을 걸었다

저 고목에서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는

마아아아암

마음이 찢어진다

 

                                             -김영주, <번데기가 다 매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

                                                               <<유심>>, 7/8

 

 

 

감상노트: 어릴 적 곤충채집 숙제가 있어 매미를 잡아 알코올에 담갔다가 압핀으로 고정시켜 본 적이 있다. 매미는 껍질도 벗지 못하고 무슨 일 있었기에 곤충박물관에 진열된 것인가? 허물을 벗어야만 매미로서 삶을 단 7일간이라도 살아갈 수 있다. 누군가의 손에 잡힌 그 순간 땅속에 있었던 7년이란 세월은 의미가 없어진 것인가? 단 일분 만 더 일찍 허물을 벗었다면 나무에서 힘찬 소리로 짝을 찾았을 수도 있다. 사람도 껍질을 벗어야만 인간답게 살아 갈 수 있는 그 때가 있다. 하루하루 미루다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벗을 수 있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매미처럼 갇혀 허물이 되는 것이다.

출처 : 유심 시조아카데미
글쓴이 : 이훈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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