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
김영주
대형마트 냉장코너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우유와 요구르트 치즈와 크림 버터
저 많은 유제품들은 어느 몸에서 나왔을까
처음엔 몰랐었다 알면서도 아니, 몰랐다
새끼 가진 어미만이 젖을 낼수 있다는 것을
죄없이 스러져가는 송아지 보고 알았다
젖 물려본 어미는 안다 뭉클한 북받침을
쩌르르 젖이 돌때 눈물도 핑 도는 것을
어미소 큰 눈망울에 눈물 그렁 고였을 것을
- <<시조시학>> 2012 여름호
젖이야기
김영주
젖소는 임신을 하지 않아도 당연히 젖이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젖소도 임신을 하지 않으면 젖이 나오지 않습니다.
우유를 얻기 위해 임신을 시키는거죠.
소가 출산을 해서 나온 송아지가 타산이 맞지 않으면
갓 태어난 송아지는 송아지고기가 되던가 그냥 버려집니다.
엄마 젖을 먹어보지도 못하고 스러지는거죠.
새끼를 위해 내는 젖을 새끼가 못먹어보다니요..
슬픈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축은 가족이었습니다.
비록 오빠 등록금에 언니 시집 밑천을 위해 마지막 길을 떠나보낼지언정
함께 사는 동안에는 고통을 덜어주며 살았습니다.
소를 떠나보낼 때는 소도 울고 사람도 울었습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다보니 공장식 축산업으로 인해
소, 돼지, 닭, 개 등의 비참한 생활을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의 대기가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보다
서구형 공장식축산업으로 인해 배출되는 가스로 더 심각하게 오염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동물들에게 가하는 스트레스,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라고 먹이는 각종 항생제, 촉진제 등등을
우리는 간접적으로 섭취하는 거죠.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습니다.
요즘의 각종 흉악범죄와 이러한 식생활이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육식을 안할 순 없지만 착한 사육으로 육식습관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도 살고 동물도 삽니다.
젖소의 이야기를 알고부터 아이들에게 우유 사주는 일을 잘 못합니다.
옛 어른들이 '왜 사람이 소젖을 먹어'하는 말을
사람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송아지가 먹을 젖, 빼앗아 먹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사람은 사람의 젖으로 키우라는 말이었습니다.
'♡♡♡ > With U'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교보문고 디카시 낭독공감] 독자와 시인과 가을 속으로 (0) | 2014.01.02 |
---|---|
<see> 창간호 맛보기 (0) | 2013.12.19 |
펜의 힘을 한 번 믿어 보겠습니다 (0) | 2013.01.11 |
글쟁이는 글 쓰는 일밖에 다른 건 나 몰라도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0) | 2013.01.10 |
[스크랩] 제4회 디카시페스티벌 <고성의 아름다운 밤> (0) | 2012.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