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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의 시조] 뉘엿뉘엿 / 김영주 <부산국제신문>

꿍이와 엄지검지 2013. 12. 26. 09:30

 

[이 한편의 시조] 뉘엿뉘엿 /김영주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머리 하얀 할머니와 머리 하얀 아들이

앙상하게 마른 손을 놓칠까 꼬옥 잡고

소풍 온 아이들처럼 전동차에 오릅니다



머리 하얀 할머니 경로석에 앉더니

머리 하얀 아들 손을 살포시 당기면서

옆자리 비어 있다고

여 앉아 앉아

합니다



함께 늙어 가는 건 부부만은 아닌 듯

잇몸뿐인 어머니도

눈 어두운 아들도

오래된 길동무처럼

뉘엿뉘엿

갑니다



▶김영주=2009년 '유심'으로 등단. 시조집 '미안하다, 달'.

 



'뉘엿뉘엿'이라는 의태어로 된 제목부터가 푸근하게 와 닿는 작품이군요.

 

 

'늙는다'는 것이 '낡아간다'는 것만이 아니라 '편안하다'는 것도 이 시를 통해 알 것 같습니다.

 

늙음의 미덕이라 할까요?

 

늙은 아들과 호호백발 어머니가 길동무 삼아 걸어가는 모습이

 

따뜻한 이미지로 그려져, 한겨울 추위도 녹일 것 같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올 한 해도 뉘엿뉘엿 잘 저물어 가길 기원합니다.

 

 

손증호·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