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뉘엿뉘엿 /김영주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앙상하게 마른 손을 놓칠까 꼬옥 잡고
소풍 온 아이들처럼 전동차에 오릅니다
머리 하얀 할머니 경로석에 앉더니
머리 하얀 아들 손을 살포시 당기면서
옆자리 비어 있다고
여 앉아 앉아
합니다
함께 늙어 가는 건 부부만은 아닌 듯
잇몸뿐인 어머니도
눈 어두운 아들도
오래된 길동무처럼
뉘엿뉘엿
갑니다
▶김영주=2009년 '유심'으로 등단. 시조집 '미안하다, 달'.
'뉘엿뉘엿'이라는 의태어로 된 제목부터가 푸근하게 와 닿는 작품이군요.
'늙는다'는 것이 '낡아간다'는 것만이 아니라 '편안하다'는 것도 이 시를 통해 알 것 같습니다.
늙음의 미덕이라 할까요?
늙은 아들과 호호백발 어머니가 길동무 삼아 걸어가는 모습이
따뜻한 이미지로 그려져, 한겨울 추위도 녹일 것 같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올 한 해도 뉘엿뉘엿 잘 저물어 가길 기원합니다.
손증호·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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