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동집
김 영 주
굳이 먼 길 돌아 고등동 집 지나간다
나트막 담장너머 텃밭 너른 청기와 집
어스름
해질녘이면
창호마다 노을 빛
채송화 맨드라미 뜰 안에 흐드러지고
뒤란 울 밑에는 토끼랑 닭이랑
우물안
두레박 속엔
구름 한 점 동동
앞마당 가로 질러 빨랫줄이 내달렸지
설 추석 명절이면 섬돌이 분주했어
그 누가
떠메 갔을까
내 유년의 골목길
당신은 뉘시냐며 낯 가리는 문설주
아뜩 깨어나니 나도 내가 낯설어서
들지도
가지도 못하고
문밖에서
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