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힘이 세다
안 차 애
괴산 외사리 산막이 옛길 호수 가에서 신갈나무 연리지를 보았다
두 나무가 키 중간 둥치쯤에서 하나로 붙어있다
오른 나무의 옆구리 게와 왼 나무의 어깨 죽지 게가
제 각각의 상처를 중심으로 한 몸이 되어있다
깊게 헐은 옆구리의 비명소리 들린다
꺾인 어깨 죽지의 피멍과 핏자국이 보인다
이 옆구리께서 저 어깨 쪽으로
푸른 수액 링거 한 통 가만히 밀어 올려주는 몸짓이 간절하다
저 어깨를 반쯤 허물어
이 옆구리의 패인 살로 채워지는 시간이 옹이로 박혔다
물관과 체관이, 호흡과 한숨이, 탄식과 흐느낌이
가만히 오고 가고 또 가고 오고...
이윽고 한 뿌리가 다른 뿌리의 잔등이 되고
한 슬픔이 다른 슬픔의 배후가 되고...
눈물이 눈물에 포개어 서는 기미가 고요보다 깊다
당신과 나
두 개의 나이테가 상처의 경계에서부터
천천히 지워진다.
<시와 소금> 201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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